달 래

      달래는 울집 강아지 이름이다.

      지금은 울집에 없긴 하지만……

      … 혹시.. 하늘나라…..?

      아니 -_-;;;

      지금은 고모님댁에 있다…

      달래는 열한살이다…

      벌써 초등학교 4학년 나이…

      이스가 고등학교 때 데려온 강아지 달래는 본래 이름이

      " 다래 " 였다…

      하하.. 그런데 단지 어머니가 부르기 힘들어 한다는 이유로

      달래가 되버렸다…

      (요새도 저 발음가지고 가끔 어머니를 놀리기도 한다.-_-;;;)

      달래는 우리집으로 오자마자 집안사람들의

      귀여움을 혼자 독차지 했다.

      발바리와 치와와의 잡종이어서 크기도 작아

      한 손바닥에 가뿐하게 올라오는 달래는
        (지금은 내 팔뚝만하다. ^^ㆀ)

      처음에 젖 떼자마자 집에 왔을 때 제대로 눈도 못 떴었는데

      요녀석이 우유도 안 먹고,

      더 크면 주려고 했던 사료 으깬 것도 안 먹고,

      주인을 고심고심하게 하다가

      물에 말은 밥에 조기 발라준 것을 올려주니

      그제서야 환장한 것처럼 먹고 가뿐하게 기운차리는

      화려한(?) 쇼로 우리를 즐겁게 했었다.

      그 때…. 밥 먹고 나자 마자

      밥이 그득 들어가서 축~ 처진 배을 안고

      미끄러워서 자꾸 자빠지면서도 거실바닥을 계속 신나게 달리는

      달래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생각이 자꾸 나서

      친구네 집에 놀러갈 때마다

      괜히 강아지들만 보면 거실바닥에 볼링볼 굴리듯이 굴려서

      친구 어머니한테 맞을 뻔 한적도 있다. –;;;

      달래는 기특하게도 대소변을 잘 가렸다…
        (절대 누가 때리면서 가르치거나 그런건 아니다..;;;;)

      흠이 있다면 가끔 심술이 날 때

      아무데나 오줌을 찌끄린다는 거다… ( __)

      예를들면 내 방에서 같이 놀자고 나한테

      계속 앵겨도 쳐다보지 않으면

       " 오호라… 니가 그렇게 나온다는 말이지..? "

      라는 식으로 요녀석은 준비했다는 듯…

      오줌을 내 방 한 가운데에 찌그렸었다.

      무서운 놈… -_-;;

      아.. 놈이 아니라.. 년이다…

      달래보고 " 오빠왔다. " 그러면

      항상 미친듯이 날뛰고 좋아한다… ^^;;;

      달래는 항상 사랑에 목말라 했다…

      요새 광고문구를 빌리자면 항상 2% 모자란 듯 했다.

      자기랑 놀아주다가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으면

      전화 선을 물어뜯고
       (그 덕분에 말짱한 전화기 두고 무선전화기를… –+)

      자기랑 놀아주다가 다른 방으로 건너가면

      방문에 머리를 계속 박는 연기력도 보여줬다.

      그런 달래에게 일생 일대의 커다란 실수이자

      운명을 뒤바꿔놓는 일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92년 9월 12일에 있었던 " 달래데이사건 " 이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달래는 항상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했다…

      9월 12일 일요일 아침에 달래는 아버지의 배 위에 있었다…

      일요일만 되면 아침에 아버지의 이불위에 올라가서

      얌전히 앉아 꼬리를 흔들며

      아버지가 깨어나길 기다리던 달래가 그 날은 왜 그랬는지…

      아버지가 좀체 일어나지 않으시자

      가서 엄지손가락을 물어버린 것이다….

      짜식~~ 평소처럼 살짝 물기라도 했으면…

      웬걸.. 아버지의 손가락에서 피가 나올 정도였다…

      당황스러웠다…

      아버지의 노여움은 극에 달았다…

      평소 어머니와 내가 너무 달래를 이뻐하니

      아무말 없으셨던 거 뿐이지….

      달래의 털갈이부터,

      너무 잦은 어리광과

      질투와 보복에 찌들은 소변을 마음에 안 들어하셨다는 것도

      그 날 알게 되었다…

      흑흑.. 그래서 그 날 달래는 운명이 뒤바껴버린 것이다.

      이젠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달래 입맛에 맞는 밥이 아니라 주인 입맛에 맞는 밥으로…

      아늑한 잠자리에서 차가운 개집으로….

      달래는 고모님댁으로 보내졌다…

      달래의 황금같은 1년의 달콤한 꿈은 그렇게 깨진 것이다….

      그 이후로 달래는 계속 고모님 댁에서 산다.

      하하… 하지만 거길 가서도 달래는

      계속 영특한 짓으로 이쁨을 받았다…

      그 영특한 짓이라는게 바로 "손님 분별력" 이다…

      달래는 신기하게도 자기 집으로 오는 손님이

      집 앞 20~30m 정도에 가까이 오기만 하면 짖어댔다…

      자기 집에 처음 오는 손님인데도 어떻게 알아냈는지,

      다른 행인들과는 어떻게 구별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마치 지가 까치인줄로 착각하는 듯 했다. –;;;

      달래는 모두를 향해 짖는다.

      단지 고모님과 고모님 가족과 우리 가족만 빼고…

      신기했다…

      우리 집에선 1년 정도 살았을 뿐인데,

      몇년을 고모님댁에서 살아도 우리 가족들을 잊지 않았다.

      누가 초인종이라도 누를라치면 그 때부터

      집이 떠내려가도록 짖는 놈이

      우리 가족이 방문시에는 짖지도 않고

      차라리 반갑다고 끙끙 댄다…

      이스가 군대를 갔다온 3년이란 시간동안 보지 못 했어도

      제대 이후 첨 봤을 때도

      이 녀석이 서러울 정도로 반갑다고 끙끙대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얼마전 매우 오랫만에 고모님댁에 들렸다…

      달래도 나이를 먹었는지…

      어떻게 하나 보려고

      아무말 없이 초인종을 눌렀더니

      열심히… 짖었다…

      조금 서운했지만…

        " 달래야~~ 달래야~~ 오빠야.. 오빠~~ 쉿~~~ "

      하니깐 고대로 입을 다문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달래가 빤히 쳐다본다.

      그렇게 30초 정도 응시를 하고 나더니

      이내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쓰다듬어주면 좋아라하고 배도 긁어 달라고

      아예 하늘을 항해 누워버린다.

      그렇게 달래는 아직도 나를 놀라게도, 슬프게도, 기쁘게도 한다.

       " 시간이 흘렀어도 넌 나를 잊지 않는구나… "

      달래가 말을 알아듣는다면 해 주고 싶은 말이 참 많다.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달래는 잘 알고 있는 걸까…?

      1년 밖에 되지 않지만…

      자신을 아껴주고 보살펴 주었던 사람을 평생 기억하는 달래…

      나에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가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그 동안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잊어왔고,

      잊어도 되는 것들에 집착은 하지 않았나

      한 번쯤 다시 되돌아봐야 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로 마음 먹고도

      쉽게 잊어버리는 나에게

      달래와의 10년 교감은 또 다른 경종이 되어 울린다.

      이번 주말에는 달래에게 개껌이나 사다줘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