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는 길이 멀고 멀어
늘 내 발은 부르터 있기 일쑤였네.
한시라도 내 눈과 귀가
그대 향해 열려 있지 않은 적 없었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사람.
생각지 않으려 애쓰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그 흔한 약속 하나 없이 우린 헤어졌지만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슬픔으로 저무는 사람.
내가 그대를 보내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나의 사랑이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찬이슬에 젖은 잎새가 더욱 붉듯
우리 사랑도 그처럼 오랜 고난 후에
마알갛게 우러나오는 고운 빛깔이려니,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 이정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