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참 못난 여자입니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전화기를 안고 있답니다.
그러다가 습관적으로 번호 7자리를 누르고
뚜르르… 신호가는 소리에 심장이 멎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옵니다.
수화기 저 건너편으로 그대의 목소리가 들리면
나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그냥 끊어버립니다.
그리고 잠시후면 다시 전화벨이 울립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받으면 어김없이 그대입니다.
"전화했었니?"
"응? 무슨 ?"
혹시라도 거짓말이 어색할까봐
심장을 두근거립니다.
"아니면 됐구…"
뭐가 됐다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한참의 침묵후에야 그가 묻습니다.
"잘 지내지?"
난 그대가 들을 때 마다 신기하다던
예의 그 한톤 높인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합니다.
"물론이지~ 내가 누구니?"
오늘 엄청 쇼킹 한 일 있었다.
오늘… 알지? 걔.. 그래, 걔..
나보구 사귀자는 거야.. 후훗.. 원래 내가 한 미모 하잖니.
솔로 됐다구 소문 나니까 완죤히 남자가 줄을 선다…
셀수가 없어요~ 응… 그러니까 4열 종대루 쫘아악~
아유.. 피곤해 지겠어. 크큭.. 이쁜게 죄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끝낼걸 그랬나봐…"
마지막 말에 왜 갑자기
목이 메이고 눈앞이 흐려 오는건 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목소리가 떨릴까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습니다.
조용하게 그가 묻습니다.
"정리 다 된거지?"
정리 할게 뭐 있기나 있었나.. 묻고 싶지만
그냥 묻어버립니다.
"당연하지… 나 금방 금방 잊어버리는거 알면서 그래.
나 아무렇지두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응?
난 그쪽이 더 걱정이야… 담에 나 봤을 때
후회하면 어쩔래?
내가 무지 이뻐지고 있는 중이거든… 꺄르륵~ "
내심 난 그대가…
벌써 후회중이라는 그 말을 하길
몹시도 몹시도 바라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댄 그저 다행이다… 라는 말 밖에는 못합니다.
한참의 침묵이 흐릅니다.
난 목이 메어서 아무말도 못하는데
그댄 무슨 생각으로 아무말 안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럼 자라. "
난 조금이라도 그대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은데
그댄 그만 끊고 싶은가 봅니다.
할 말을 머릿속으로 아무리 찾아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분명히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결국 내가 한 말은
"잘자."
한마디입니다.
전화가 끊기고 난 신호음밖에 들리지 않는
수화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할 말들이 생각이 납니다.
"보고싶어. 미칠만큼… 곁에 가고싶어.
나 아직 아무것도 정리 못하겠어.
잊고 싶은데, 잊어야 되는데… 내가 잊을 수 있는건
가끔씩 그대와 내가 진짜로 이별했다는 사실
그거 하나밖에 없나봐."
난… 난 참 못난 여자입니다.
다신 안 울겠다고 그렇게나 그대와 약속을 했는데
그 마지막 약속도 못 지키고
그대와 헤어진 그 자리에서
여전히 그대만 그리고 있습니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그대만 그리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왜 이렇게 된건지요.
언제부터 저 이렇게 못난 짓만 하고 앉아 있는건지요.
그대 사랑한 댓가가
너무나 큽니다.
사람 하나 바보되기가 이렇게 쉽답니다.
사람 하나 변하게 만드는거, 이렇게 쉽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