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사] 우리의 마지막

우리의 마지막

(1)

많이 힘드냐고 묻는다면
이 악물고 그럴리 있겠냐며
예전처럼 웃어보일겁니다.

그 웃음에 눈물이 베어나와도
지나치게 씩씩한척한다고 핀잔들어도
나 절대로 힘들지 않다고
그러니 걱정 말라고 큰소리 칠 자신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이번엔 그랬다고 대답해야 겠습니다.

찢기워진 가슴에게 미안해서라도.
그동한 흘려넘친 눈물에게 민망해서라도
나 조금도 아닌
아주 아주 많이 힘들었다고
그대를 사랑한 만큼이나 힘들었다고
고백해야 겠습니다.

(2)

한번도 내가 그대에게 모자라다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대가 나에게 모자란다 생각한 적 없었던 것 처럼.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 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였지요.

몰랐습니다.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던 관계가

오히려 서로에게 부담이 될 줄은.

조금더 해 주고 싶고. 조금 더 받고 싶은 욕심들이

결국엔 서로를 옭아매고 집착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줄은.

내가 더 모자랐다면 그대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을꺼고

그대가 모자랐다면 난 조금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겁니다.

이제와 이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말입니다.

(3)

그대의 안부가
못견디게 못견디게 궁금해 질 때가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한마디만이라도 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적이 있습니다.

한번더 그대의 손을 잡고
한번더 그대의 품에서 웃어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나는 그대를 포기하는것이 아닙니다.
내욕심을 포기하는것이지요.

그대가 짓는 웃음만으로 모든걸 짐작하겠습니다.

무작정 행복할꺼라
그냥 믿고
궁금한 안부쯤은
10년 20년 후로 미루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대역시
불쑥 거는 전화로 제 안부를 확인하지 마세요.
멈춰 버린 심장은 더이상 뛸수가 없습니다.

그저 꾹꾹 참고
행복하겠거니. 그러려니. 그러고 말지요.

우리의 인연은
그정도의 안부조차 허락하지 않을것이니 말입니다.

(4)

다 잊을꺼냐 물으셨지요.
추억조차 부정할꺼냐 물으셨지요.
그 빈자리조차 남기지 않으실꺼냐 물으셨지요.

잊지 않으니 사람 꼴이 안되고
추억이 너무 예뻐 그 안에서 허우적 거리니 못살겠고
그 빈자리때문에 가슴이 늘 뚫려 있어서.
그래서 스치는 바람에도 가슴이 시려 또다시 눈물이 나와서.

그래서 내 대답은 다 잊겠습니다.였지요.
물론 가능하겠냐 의심하시는것도 이해가 가지요.

잊을수가 없다면
잊은 척이라도 하고 살아야 겠다는것이

조금더 어른스러워 진
저의 결론입니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