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단다…

이스에게 지난 3개월은 참 길었단다…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 마냥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속 허우적거리기만 하고

일주일이 하루처럼 지나가버리는

그런 날들이 계속 됐단다.

아버지가 아프신 걸 처음 알았을 때가

12월 중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하여

정밀검사 후

31일에 휴가를 내고 서울대 병원에 입원 등록을 했건만

세상에 아픈 사람은 서울대 병원에 다 모였는지

3주가 지나서야 입원하라는 연락이 왔단다.

그 기간은 왜 이리 긴지..

그간 살아온 날들보다 더 길게 느꼈었지…

  ” 그냥 다른 병원에 등록할 걸 그랬나봐…”

  ” 그래도 아는 사람 통해서 한 거잖아요…
    게다가 국내에서 대장에 관해서는 최고라는 데
    기다려 보자구요….”

  ” 에휴~~! “

계속 불안해하시는 어머니를 달래고 또 달래고…

겉으로는 아무탈 없이 멀쩡하신 아버지를 보면

이상하기도 하고…

행여나 더 악화 되시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힘든 시간 후 입원을 하고

수술 날짜가 일주일 뒤로 잡혀서

CT 촬영 등 또다시 정밀 검사를 했는데

이건 또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지 –;

부신피질에 혹이 있는데

그 혹이 기능성이라면 수술 중에 목숨을 잃는 일도 있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소변을 받고…그 혹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해야한단다…

어머니는 정말 쓰러질 듯 하고…

아버지가 피곤해하실까봐 2인실을 잡았는데

옆에 환자는 밤마다 기침을 하고 잠을 못 이뤄

아버지도 긴 밤을 괴롭게… 괴롭게 지내셨단다…

다행히도 부신피질의 혹은 비기능성으로 판명되어

수술 날짜가 잡혔단다…

수술 날짜가 확정되니

아버지도 내심 불안하신지…

한숨도 자주 쉬시는데

아버지 한숨 한켠에

이스도 한번씩 무너지는 가슴…

결국엔 아버지 수술 잘 되시면

‘저 장가 갈게요’ 라고 말씀 드렸단다.

하하..

그 얘기가 그리도 듣고 싶으셨는지

너무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보니

내가 그렇게 불효자식이었나 생각도 들고

어머니께

  ” 선 보게 날짜 잡아요~!”

라고 농을 건네면 아버지는 계속 웃기만 하셨지…

수술 전 날

담당 의사가 보호자를 앉혀놓고

수술이 잘 못 되었을 때에

어떻게 될 수 있는지

경우들을 하나, 하나 말 하는데

에구에구….

  ” 에구.. 정말 그런 경우도 있을 수도 있나요? “

  ” 네 만일의 경우까지 저희는 다 말씀드리는 거에요…”

차라리 모르면 더 좋을 거 같은데…

그냥 가볍게 수술실 들어갔다 나오시면 될 거 같은데…

어머니 눈에선 눈물만 뚝뚝….

내 가슴속에도 눈물만 뚝뚝…

장 수술 두 세시간

부신피질 혹 제거 수술 두세시간

길어야 여섯시간…

네다섯시간이면 수술은 끝날 거 같다고 하는데…

수술 날

어버지 수술 전에 있던 환자의 수술이 잘 안 되는지

아버지는 11시 쯤에 수술실로 들어가시는 걸로 알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머니는 거의 탈진 상태…

12시 40분이 되서야 아버지는 들어가셨단다…

수술실 들어가는데…

  ” 아버지~!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오세요…
    한 숨 푹 자고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저 장가 가는 거 보시려면 잘 끝내셔야죠? “

아버지는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잡은 손 꼭~ 쥐셨지…

수술실 문이 닫히자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 터뜨리시고…

  ” 아니 아버지 더 잘 되시라고…
    수술하러 들어가시는 데
    왜 우세욧~! “

옆에서 이모는 이스보고 네가 더 불쌍하다며

이스를 붙잡고 우시고….

에구 길어야 6시간이라며?

7시간이 넘도록 안 나오셔서

마음은 초조…

1분은 한시간….

보호자 대기실에서 내 인생중 제일 긴 하루를 보냈더랐지..

다행히 7시 40분 만에 아버지는 나오시고

달려가서 수술침대를 붙잡으며

  ” 아버지~! ”

하는데 아버지는 이스를 몰라보시더라…

하지만 마누라는 알아보시는 아버지…

어머니를 보시고는 세상에 제일 환하게 웃으셨더랬지….

  ‘ 아.. 진짜 장가 가야겠당…. 씨~~! ‘

수술 후 마취 부작용으로 폐가 줄어들고

폐렴에 걸릴 확률이 있기 때문에

새벽 2시까지 재우면 안 되고

계속 심호흡과 헛기침을 시키고 등을 두드려주는 의사 말에

잠이 쏟아지시는 아버지를 그 시간까지 깨우느라

모자는 진땀을 흘렸더랬지…

마취약이 깨시면서
  

  ” 아~ 이렇게 아파선… 오늘 밤 넘기기 힘들지…
    넘기기 힘들지… 아… “

하며 마취약에 취해… 통증에 취해….

계속 몸을 뒤척거리시며…

헛소리인지 참말인지…중얼중얼거리시는

아버지를 보니 이스 마음 갈래갈래 찢어지고….

잠들려고 하시는 아버지를 붙잡고

  ” 아버지…
    저 결혼을 고려하는 여자가 있는데요…”

라는 말로 시작한 한 편의 소설…

아버지는 갑자기 둥그레… 또렷또렷해진

눈빛으로 이스의 얘기들을 경청하시지…

결국 그렇게 2시까지 힘들게 버티시고

세상에서 제일 달콤했던 잠에 빠지셨지…

링겔 2개에…

수술 부위에서 나쁜 피 뽑아내는 피주머니 2개에…

오줌 주머니를 차시고…

다행히도 금주에 금연에 건강하게 사셔서

그런지 마취약 부작용 같은

벌써 일찍이 멀리 건너가고

문제는 소변…

이제는 오줌주머니를 떼고 소변을 봐야 하는데

배에 힘을 줄 수가 없어…

방광이 아파서 소변을 못 보셔서

소변줄기를 거기에 다시 꼽는 고생까지…

고생을 많이 했더랬지…

나중에 소변줄기 떼고 처음 성공적으로 소변 보실 때는

감격의 눈물까지 찔끔 흘리고….

이스는 환호성을 지르고….

수술 경과도 좋고

수술 후 조직 검사 결과도 좋고…

그렇게 10일 경과 후에 아버지는 퇴원을 하셨단다…

보통 암 수술이라면

수술 후에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 등으로

추가치료를 해야하는데

아버지는 말끔….

그래서  행복…

쑥 좌욕기도 사드리고

인센티브 받는다고 비데도 설치하고…

식사관리 잘 해야한다고….

과일 만땅… 요구르트 만땅…

다시 행복도 만땅…

힘들었던 시간이였지만

덕분에 가족들 사랑도 커지고

그 후 느끼는 체감 행복도도 커지고…

  ‘이런게 사는 건가 보다…’ 이스는 생각했단다….

알고보니 이스 공황 상태도

행복최면…

그랬단다…

힘든 일 있으면 행복한 일도 같이 있는 법

병원 휴게실에서 어머니 드시라고

설렁탕 싸가지고 가서

둘이서 맛나게 먹던 그 날들을 생각하면

세상에 어떤 힘들도 별거 아닌 거 같단다…

언제나 건강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이스는 작은 소원 빌며

병원에 찾아 와주었던

고마운 이들에게 모두 너무 감사하다고 전한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