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많이 마셨습니다..
입술이 아닌 눈으로
끊임없이 내리는 빗물을.
가끔은 빗물에 취해서 주정같은 사색을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
방문 앞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시는..
이렇게 날 보고 웃고 있었지요..
기쁨 때문에
-김남조-
기쁨의 말을 하렵니다
언제부터인가 잊어온 말
그러나 사시사철
솟구쳐 오르고만 싶었던
그 줄기찬 충동을
여기 풀어놓겠습니다
유년의 햇빛처럼
잔인한 그말을
하렵니다
축일전야의 흥분
수북하고 뻐근하게
마치 홍역앓이 시초의
신열처럼
참 이상하고 이상하면서
못 견디겠는 그 증상을
헤쳐놓겠습니다
더듬거리는 서툰 말씨로
기쁨의 얘기를
띄워 보냅니다
지금 세태에 기쁨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실 분에게
사실은 나의 절반도 이에 공감하면서
이 세상 그 무엇이라도
그림자 없이 혼자서만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기쁨은 슬픔과 함께
소망은 낙망 속의 과핵
처럼 싹이 틉니다
먼길을 춥게 온 그사람만이
노변의 따스함을 알며
비탄의 막바지에 이르러 본 이가
동녀처럼 통곡하는
위안의 품을 마침내 만납니다
내 친구여
기쁨에 대해 말하렵니다
기쁨 때문에 자주 바쁘고
기쁨 때문에 때때로 나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 깊이 품어 덮이는 것에게
아아 몽매간에도
껴안고 있는 것에게
주홍의 불이 당겨 붙으면
내 몸도 내 영혼도 인이 칠해진 듯이
환히 불빛을 뿜어냅니다
진정 그러한 기쁨이 있음을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원하신다면
이 기쁨을 공손히 당신과
나누겠습니다
이 기쁨 전부를 원하신다면
이 기쁨을 공손히 당신과
나누겠습니다
이 기쁨 전부를 원하신다면
한꺼번에 모두 다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 나는
또 기쁨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