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방명록 2

백수라 홈쥐 방문이 잦을걸로 예상됩니다.

오늘 아침 저는 버스 왕복비과 비상금 700원을 들고 집을 나섯습니다.
아참, 누나가 용돈 천원을 보태주었습니다. 세제사고 남았다믄서.
눈물나게 고맙게 주머니 속에 너엇습니다.

교회 끈마치고 동기모임 핸는데
피자집서 피자먹고 회비 거뒀는데
젤 친한 칭구한테 내꺼까지 계산하라고 말햇습니다.
사실, 회비 어케 해결할까 초장부터 조마조마 햇습니다.
던 없어~이 한마디 하믄 대는건데 존심이 허락안해더군요.

집 근처 사는 여자애랑 같이 버스타고 왓습니다.
처음 만난 앤데 졸업하고 학원직장 다니다가 몸안저아져서
한주전에 그만뒀다고 합니다. 집에서 딩굴~거린다고 하길래
같이 영화나 보러가자~말하고 싶었지만…주머니 사정상
말 못꺼냇습니다. 댄장…

집에 오는 길이엇습니다.
주머니에 천원짜리 지페랑 동전 육배건 있엇습니다.
비상금 700원 중에 100원을 칭구의 권유로 선교헌금 저금통에 너엇기 때문이죠.
칭구에게 일주일 후에 또 할게 라고 엄청나게 여유로운 듯 말햇습니다.
저한테 배건은 사실 컷습니다.

동네  젤 싼 피씨방이 한시간에 육배건 하기땜에
나머지 돈으로 두시간을 지지고 볶을 수 있었지만
겜에 대한 욕심은 나이든 노인네 처럼 힘을 잃어버렷는지
걸음은 겜방과는 점점 멀어지고 집으로 집으로 가까워져갓습니다.
결국 겜방에서 허비할 금쪽같은 시간을 지켰습니다.

집앞 슈퍼에서 빅 와플이랑 콘 아쓔꿀힘 하나씩 삿습니다.
엇그제 누나가 먹고 싶어 햇기 때문이죠.
근데 요즘 아슈꿀힘 웨케 비싼건지..칠배건이나하네요.

이제 남은 건 200원입니다.
엄청난 돈이죠.
누구에게나 전재산은 위대한 법입니다.
짤랑거리는 소리가 난 아직
무일푼 거지는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엇습니다.

군대란 바다에서 건져올린 보물중에
좀  값나가는 것들 중에 하나가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는 소중함입니다.
그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기도햇더랫습니다.
가진 것이 참 가벼운 지금에서야 그 교훈이 다시 떠 오릅니다.
사실 저한텐 지페나 동전 빼곤
가진 것이 참 많습니다.
감사안하믄 벌 받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마니 가진 것보다
적게 가진것이 행복의 열쇠를
발견하기에 쉬울지도 모르겟습니다.

비참한 백수의 글
또 올리겟습니다. 리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