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편지 그리고 백사난

<가족>의 세련된 영화 분위기(?)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제대로 채우지 못한 화폭의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전 <편지>를 싫어했습니다.

왜냐구요…?

” 울어라… 울어라… ” 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보면서

저는 자꾸 영화 <편지>와 <빌리 앨리어트>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백.사.난.>이 생각났습니다.

백사난이 호연형도 울리고

저도 울릴 수 있었던 건

특별한 설정들이 아니였습니다.

절대 백사난은 울어라 울어라 하지 않습니다.

되려 웃으며 즐겁게 볼 수 있었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울며 웃으며…)

백사난이 눈물을 떨구게 한 건

단지 그 상황에 대한 생생한 느낌의 표현들 때문이였죠…

사랑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그 느낌을 잘 짚어내기 때문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속에 있는 상황들은

처음부터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제 “시작!” 하면 울기만 하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하고 꽉 막힌 상황으로만 영화를 몰고 갑니다.

그와 함께 너무 미울 정도로 리얼하게 연기한 박희순씨도 -_-;;;

하지만 부족했습니다.

조폭의 잔인함과 정은의 시시콜콜한 과거 얘기를 하는 대신…

흔히 볼 수 있는 아빠와 딸의 관계에 대해서

그들 사이의 침묵과 오해…

보이지 않는 갈등 관계

그리고 그들의 화해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그려냈다면

아니 살짝 터치라도 해주었음 좋았을 듯 싶습니다.

<빌리 앨리어트>에 나오는 인물들이 쳐한 상황도 안 좋긴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극중 내내 우울하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백혈병도 조폭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와 가족에 대해서는 모든 이야기를 다 합니다.

탄광촌으로 일을 떠나는 아버지와

그를 붙잡는 파업 시위대의 참모격인 형의 우격다짐이

사람들의 눈물을 펑펑 쏟게 했던 이유는

충분히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생생한 느낌의 표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진한 감동을 주겠다던 카피가 약간 무색했던 영화 <가족>…

이번에는 관객들에게 어떤 평을 받을지…

편지같은 돌풍이일지 아니면

한 수준 높아진 관객들에게 외면을 당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빌리 앨리어트> 같은…

아니 <백.사.난.>이나 <줄리에게 박수를…> 같은

영화들이 많아 만들어졌음 좋겠습니다.

<줄리에게 박수를>이 참 그리운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