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의 수난시대…

이스의 수난시대…

오늘은 날씨가 참 좋습니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면 뭐하남여…

이스는 이렇게 혼자 있는뎅…-_-;;

일요일이라는 약간의 신경질이 섞이기도 하고…

초라해진 맘을 달래고자 이스는 밥을 먹습니다…

찌개를 끓이고 이스는 뚝허니 밥을 대접에 뜹니다…

옆에서 설겆이하시던 어머니 한 번 쳐다보십니다…

  "밥 아까 안 먹었니?"

  "아녀…"

  "근데 또 배고파?"

  "예..어제 저녁을 시언찮게 먹어서여…"

  "어제 밥 먹었잖어…아침도 먹구…"

  "저녁밥만 먹고 밤밥은 안 먹었잖어여…"

  "구래..구래…많이 먹어라…" –;;

  "넵.."

설마여…엄니…밥 많이 먹는다고 구박하시는 건 아니겠져…

조용히 우걱우걱 다 먹어치웁니다…

다 비운 찌개 냄비…어머니 설겆이 하시는 곳 옆에 슬며시

놓고 다시 밥을 뜨러 갑니다…

어머니 절 쳐다보십니다…

헉…이건 사람을 쳐다보는 눈이 아닙니다…

  "또 먹어?"

  "예…"

  "컥…아무리 내 아들이지만…너..사람 맞냐?

   돼지가 사람탈을 쓴거지…"

  "헉…엄니 그게 아들한테 할 소리에여…?

   사람 탈 쓴 돼지라녀…"

  "꺄르르르…

   장난이야…장난이야…많이 먹으렴…

   잘 먹는 거 가지고 뭐라 그럼 안 되지…"

  "씩..^^…그쳐? 헤에~~~"

이스는 그렇게 밥을 두공기…아니 두대접을 떡하니 비웁니다…

그리고 오후입니다…아니 오후가 깊어졌군여…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암튼 4시에 숙이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숙이 아시져? 무아지경 손님이시라면 잘 아실텐데….

8년된 제 동창 친구입니다…

어찌하다 제가 오늘 영화를 보여준다고 했었대여…

순진한 이스…그냥 속아줍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하여간에..숙이를 만나러 현대백화점으로 갔습니다…

사람 열나 많군여…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건지…–;;

이층 저층 다 뒤져서 간신히 만나서 극장으로 갔습니다…

  "어떤 영화 볼래?"

  "흠…영화같은 영화가 없다…CGV로 가자…"

  "그래? 가자…근데…숙아 나 배고프다…
  
   밥 먹구 가면 안 될까?"

또 배가 고프냐구여? 예…이상하네여…

극장앞에 많은 사람들과 허탈하게도 맘에 드는 영화가 없으니

배가 고프네여…

  
  "만두랑 떡뻑이 먹으러 가자…."

  "구래…"

울 동네에 정말 만두 맛있게 하는 집 있거든여…  

가격도 싸구여…한 접시에 처넌…하하…

배터지게 먹어도 만원 안 넘어여…

  "여기여…고기만두 하나 김치만두 하나, 김밥 하나

   떡볶이 1인분에 야끼만두 사리 하나 주세여…"

숙이는 절대 안 놀랍니다…

그럼여…제 8년된 친구인데여…뭐…^^

친구 좋다는게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요샌 소식(小食) 안하냐? 소식 한다더니…?"

  "어..요샌 살찌고 싶어서 소식 안해…"

  "그래? 그럼 나 클 난건네…?"

  "아니야…나 글케 많이 안 먹어…걱정마"

헉…그렇게 말을 해놓고 보니…

만두가 넘 조금 나왔습니다…

예전엔 많이 나왔는데…제가 몇개월 안 온사이…

가격이 많이 올라나봤여…

만두..김밥 접시를 다 비우고 물끄럼 숙이를 바라봅니다…

  "왜…? 모자라…?"

  "어…"

그래서 김밥을 한줄 더 시키고…

조금 있다가 한 줄 더 시켰습니다…

그리고 보니 떡뻑이까지 다 비웠네여…

  ^^ "조금 더 먹을까? "

  "정말? "

  "아니다…조금 배고플 때 그맘 먹는게

   걱강에도 좋대..그게 현명한거래…"

‘휴~~ 다행이다…’하는 숙이의 얼굴이 오버랩됩니다..

흠…그러고보니 옆에서 떡뻑이 먹고 있던

아가씨 세명이서 쳐다보고 있네여…

..뭐…구경 난 것도 아닌데…막 꼴아봅니다

숙이 그 쪽을 잠깐 쳐다보더니 얼굴이 빨개집니다…

쩍 팔린 모양입니다…하하…조금 무안하네여…

에구..그렇게 있다가…숙이 손에 이끌려 그 집을 나왔습니다…

CGV입니다…다행히 일요일인데 불구하고 영화표가 있네여…

시간이 한시간 반정도 남는군여…

그래서 숙이랑 1층에 있는 오락실에 갔습니다…

오늘은 숙이가 펌프를 안하네여…

그래서 저만 신나게 다른 오락들 했져…이것저것…

한시간 신나게 놀고 10층으로 올라왔습니다…

한 30분 남는동안…바깥이 훤히 보이는 곳에 앉아서

영화시간을 기다리며 얘기하고 놉니다…

그런데…아까 쩜 널았더니 또 배가 출출하네여…

  "쑥아…출출하지 않냐? "

  "또…? 넘한다…가서 콜라랑 팝콘이나 사와…"

  "구래…그러지뭐…."

그래도 배고픈걸 어떡합니까?

이스…참지 못하고 핫도그 사옵니다…

  "하하…너 정말 못 말리는 애다…

   많이 먹어라…"

  "흑흑…너 바께 없어…"

가증스런 이스..그렇게 뚝딱 해치웁니다…

영화도 잼있게…오늘은 먹고 싶은 만큼

밥도 먹고…참 뿌듯한 하루가 되었네여…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CGV랑 집이 가까운 숙이를 데려다주러 갑니다…

하하…근데..어떡하져?

영화를 넘 집중해서 보느라 에너지 소비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숙이네 집 앞 편의점 빨리 들어오라구…

안 들어오면 중는다고 손짓합니다…

하하…배가 고파지는 이스 가만히 멈춰서서

뚫어져라 편의점을 응시합니다…

숙이가 둔해진 모양입니다…

제가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지 몰랐나봐여?

늦게서 묻습니다…

  "야..!! 또 배고파? "

  "어…이상하네..오늘 하루…" ^^ㆀ

  "야..예전에 소식 한다고 했을 땐 어떻게 살아남았냐?

   뱃속에 그지가 들었냐?
  
   신기하다…

   아무리 여자들이 잘 먹는 튼튼한사람을 좋아한다지만…

   ..그건 아니야…사람도 아냐…" –+

흑흑…정말 오늘 하루 이상하네여…

이스 왜 그러져? 오버하는 것도 아니구…
  
웅~~~ 이스…그래도 기 안 죽습니다…

…마지막 욕구는 힘들게 물리치고 버스정류장으로 왔습니다…

숙이가 기다려주는 버스정류장에서 배고픔의 눈물을 감추고

집으로 돌아와…밥통을 엽니다…

  "엄니…밥 없어여?"

  "이런 어쩌지? 밥 해 놓은 거 없는데…"

  "아니에여…괜찮아여…라면이나 끓여먹져…"

헉…라면도 없습니다…

흠…딴때 같음 물 올려놓고 얼릉 나가서 라면 사와서

끓여 먹겠지만…오늘은 날이 아닌거 같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배고픔을 달래기위해..

조용히 잠을 청합니다…

이스가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두번이나 듣고…

정말 수난시대네여…

서럽습니다…

밥 잘 먹는 것도 복이랍니다…

밥 값이 월매나 한다고…그런 말을…ㅠ.ㅠ

살기위해 먹는 것도 좋지만…먹기위해 사는 것도

아름답지 않은가여? 저만 그런가…?

언제 저의 수난시대가 끝날까여?

저도 제 위가 미워집니다…-_-;;

여자친구 없어도 됩니다…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시대…

밥 조금만 먹어도 배가 차는 시대가 올거라고 믿습니다…

밥 먹는 행복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올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20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