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by 한창민

 

 

처음에 이 책을 읽고 솔직히 난 조금 실망했다.

아.직.도. 사진을 잘 못 찍는 나는 사진 잘 찍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다.

DSLR도 아닌 조그마한 스마트폰으로도 작품을 남기는 그의 노하우를 훔치고 싶었다.

그래서 책이 출간되자 마자 바로 주문…

 

 

그런데 웬걸.. 노하우는 안 보이고 그의 주변 이야기, 인생 이야기, 못 다 들은 사진 이야기들만 가득한 것이다.

내가 건져낸 괜찮은 노하우는 흔들림을 없애기 위해

버튼에 손을 대고 있다가 떼어내는 것 그거 하나 뿐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분명 노하우 북, 사진 관련 기술 책인데

내용은 수필집이라 셀프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의 얘기들을 읽고 있으면 그냥 쉽게 그의 이야기들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렇게 가볍게 일독했다.

몇 개월이 지나고 조금 한가할 때 책을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급하지 않게 한 단락, 한 문장 눌러 읽었다.

마음이 급하고 여유가 없을 때는 힘들었는데

다시 읽을 때는 조심스럽게 예전에 써 놓은 서예글을 찾아서

켜켜이 쌓인 한지를 하나하나 꺼내어보듯 조심스럽게 읽었다.

 

 

다시 읽어보니 노하우 책… 맞다.

 

 

내가 한창민님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쨍한 사진들, ‘아, 멋있다. 정말 잘 찍었다’ 하는 사진들이 아니라

ㅋ~ 하는 느낌의 사진들,

바로 내 주변을 포착한 듯한

그리고 내가 어디서 봤지만 미처 남겨놓치 못한 내 일상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렇다. 한창민님이 알려준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바로 사물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이었던 것이다.

사연이 깃들어 있거나 현장이 녹아 있거나

최소한 대상에 대한 질투하는 마음이라도 묻어있다.

누구나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잡아내고

따뜻한 마음, 때로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때로는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가득하다.

사진을 담아내는데 중요한 건

테크닉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요즈음은 이 책을 책상 가까이에 두고

심심할 때마다 가끔씩 아무 페이지나 열고 다시 본다.

그의 말대로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고 많이 찍는 게 병행 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에게 많이 생각하는 훈련이 부족한 듯 해서 계속 보게 된다.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만 그의 사진을 보고

아직 사진전에서 본 적이 없다면

꼭 한 번 그의 사진전에 가서

커다랗게 인화되어 액자에 걸린 그의 사진을 보기 바란다.

그리고 한 번 압도되어 보길 바란다.

솔직히 그의 사진이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뚫고 나와서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직접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전에 그가 쓴 사진 이야기 책으로 예습한다면 더더욱 좋을 거 같다.

 

 

스티브 *스이건, 어느 부자 회장님이 사용하는 기기이건, 내가 사용하는 것이건 똑같은 스마트폰…

그의 말마따나 IT기기, 이 스마트폰은 정말 평등한 기기인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원만큼 공평한 것인데

이렇게 다르게 사용되고, 생산되는 결과가 달라질 수가 있어서 슬프고 재밌고 놀랍다.

 

 

<찍어서_잠금 해제> 라는 제목이 달린

조금 더 그만의 개성이 듬뿍 담긴, 다음 개인 사진전을 다시 기다리며

그의 책, 377 페이지에 인용한 정말 마음에 두 는 구절을 다시 읽어보며 글을 맺는다.

“모든 것이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나, 누구나 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by 앤디워홀

 

 

PS : 난 정말 꼭 쓰고 싶어서, 이상한 짐이 되버린 이 독후감을 다 <쓰고서_긴장 해제> …